"오늘이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오늘이 그들과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꿈만 같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나서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인천 공항행 차안에 몸을 실었습니다.
잠을 깨니 벌써 인천 공항이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시간을 원망도 해보고
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들을 후회도 해보았지만
이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에
그저 한숨만 나오더군요.
그들은 경찰들이 만든 이 길을 지나갔습니다.
저와 그들 사이에 이런 장벽이 서있으니 왠지 모르게 섭섭하더군요.
경호원들과 경찰이 라인을 형성하자
버스가 공항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때 만큼 선수들이 반가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을 필두로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사인을 잘 해주지 않는 퍼거슨 감독도
오늘 만큼은 소수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일정 내내 장난기 넘치던 에브라가 오늘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게이트로 들어갔습니다.
한국팬들에게 처음 선을 보인 나니와 후반 교체 투입 이후
골키퍼가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 반데사르.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 선수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네요...
마지막이 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은데 말이죠...
아마 의외의 선수를 꼽으라면 이 선수가 아닐까 싶네요.
차가울 것 같았는데 의외로 팬들에게 친절했던 퍼디난드.
골키퍼까지 볼 수 있는 만능 멀티맨에서 주전으로 거듭나고 있는 오셔.
어제 보여준 숨겨진 공격력에 깜짝 놀랐어요.
인천 공항은 떠나는 선수들을 보러 나온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오셔와 반데사르는 계속해서 수다를 떨더군요.
경기장 밖에서 보는 선수들은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토시치는 저를 알아보더니 제게 윙크를 하고는 유유히 게이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직접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면서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데이빗 길 사장님의 큰 키는 어디에서나 돋보였습니다.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린게 방금 전 같은데 이렇게 유유히 떠나가셨습니다.
정말 어제 경기에서 자신의 건제함을 과시하고 돌아가는 긱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한국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박지성 선수.
올 시즌은 루니 선수의 활약에 맨유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하그리브스의 공백을 메꾸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을 해주고 있는 플레처의 활약도 기대해봅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데 끝까지 만나보지 못했네요. 언젠간 만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캐릭 선수.
수줍은 성격탓에 평상시에는 선수들에게 말도 먼저 못 걸던 저도
오늘만큼은 가는 선수들 하나하나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인터뷰를 했던 마케다 선수와 토시치 선수는 윙크를 보내주었고
박지성 선수와 에브라 선수는 손을 흔들어 주더군요
그렇게 저는 선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3박 4일간의 짧고도 긴 일정을 마쳤습니다.
3박 4일 동안 저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니, 저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시 꿈을 꿉니다.
지금은 떠나가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때
그들이 제게 손을 흔들어 주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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