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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대신 트로피를 들다

27 7월 2009

tags: Legend reporter, Mamutd, asia tour, nike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던 둘째 날이 지나고 셋째 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전날 하루 종일 발을 혹사시켜서 그런지 정말 아침에 눈뜨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렇게 힘들게 시작한 하루였지만 아마 오늘은 제게 있어 잊지 못할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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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첫 일정은 나이키 서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왜 멀쩡한 선수단 놔두고 나이키 서울에 갔냐고요?

바로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오후 3시쯤 프리미어리그 트로피가 잠시 나이키 서울에 진열될 예정이었는데요,

맨유 구단 측에서는 저에게 특별히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어찌나 영광스럽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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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에 둘러싸여 있을 것만 같았던 트로피는

실제로 이렇게 천주머니 안에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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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리본을 정돈하면 트로피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IMG_9057.JPG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트로피

30분쯤 기다렸을까요?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트로피가 테이블에 놓여졌습니다.

두 마리의 황금 사자가 양쪽에서 왕관을 향해 포효하고 있었고,

맨유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검은색 리본이 묶여 있었습니다.

올드 트래포드에 들렸을 때 박물관에서만 본 적이 있는 트로피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자기 전에 손을 꼭 씻어야 하나요?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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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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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흠이라도 갈까봐 조심, 또 조심. 하지만 입꼬리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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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선수들도 저와 같은 기분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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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기 전에 조심, 또 조심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의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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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들어볼 사람 없지? 자 그럼 한 번 들어볼까나?"


제게 두 번씩이나 트로피를 들어올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가드 분께 제 소개를 한 다음

트로피에 손을 대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돌덩이 같은 것이 제 어깨 위에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가드 분의 손바닥이었는데 제가 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셨는지 저를 제제하시더군요.

다행히도 전에 만나 뵈었던 맷 존슨씨의 도움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려 ‘챔피언 놀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커다란 손바닥을 제 어깨 위에 올려놓아 저를 깜짝 놀라게 하셨던 바로 그 분!!

황금 사자 트로피의 수호신, 트로피 가드 분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럼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볼까요?

가드로 일하시면서 지금까지 트로피와 함께 몇 개국이나 방문하셨나요?

A: 사실 트로피와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곳에 오기 전 말레이시아에 들렸었고,

이곳을 거쳐 항저우에 들렸다가 아우디컵 참가를 위해 독일로 갈 예정이니깐

4개 정도가 되겠네요. 앞으로는 몇 개국이나 더 들리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죠?

Q: 그렇군요. 사실 계속 궁금했었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근무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사실 저는 맨유 소속은 아니고 보안 업체 소속인데 맨유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게 맨유 담당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14년째 맨유 소속으로 일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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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4년이요? 그렇다면 웬만한 경기 결과는 다 꿰고 계시겠군요.

A: 음 모든 경기를 꿰고 있는 건 아녜요. 챔피언스리그 경기 같은 주요 경기들만요.

모든 경기 결과를 기억하기는 어렵죠.

Q: 그럴 것 같네요. 그래도 인터뷰 전에 이야기 하시는 것을 들으니

거의 모든 경기 결과를 꿰고 계신 것처럼 보였는데요. 뭐 어쨌든 다음 질문입니다.

이 트로피는 맨유가 1년 보관 후 복제품을 받고 반납하게 되나요 아니면 영구 보관하게 되나요?

A: 절대 복제품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에요.

맨유가 리그를 3연패했기 때문에 이 트로피는 맨유가 영구 보관할거에요.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 주셨고 인터뷰 후에는 저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주셨습니다

Q: 그렇군요. 자 그럼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조금 전에 말씀하셨다시피

이번 아시아 투어 내내 트로피 보안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이런 중책을 맡으신 것에 대해 어떤 부담감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아요.

A: 개인적으로 트로피 보안을 맡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제게 이 임무는 굉장히 큰 영광입니다.

3회 연속 우승 후 받은 트로피라 그 의미가 각별한 것 같아요. 물론 최선을 다할겁니다.

하지만 정말 매 순간이 설레고 떨리는건 사실이에요.


나이키 서울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나자 트로피를 감싼 다음 제가 인사드릴 틈도 없이

전광석화같이 빠르게 스토어를 나가서 어딘가로 사라지졌습니다.

이렇게 단 몇 일 동안 맨유 주변에서 서성여도 설레고 떨리는데 14년간 맨유를 위해 일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14년 동안 그러셨듯 앞으로

맨유의 남은 일정 내내 성공적인 임무 완료를 빌겠습니다.

이후 저는큰 키에 항상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는 호감형 외모의 소유자이신

맨유의 데이빗 길 사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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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는 스토어에 있는 직원 모두에게 악수를 청하셨습니다.

희웅: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이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 보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의 팬들을 위해 한 번만 더 말씀해주세요.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전망을 듣고 싶어요.

길: 꽤 긍정적이에요. 호날두와 테베즈라는 옵션을 잃기는 했지만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고, 기존의 선수들도 한 단계 성장할 것입니다. 항상 그러했듯

다가오는 09/10 시즌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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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웅: 그렇다면 이 질문에 답해주세요. 조금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가장 좋아하시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길(웃으며): 어려운 질문이네요. 매우 어려워요. 사실 모든 선수들을 좋아해요.

맨유의 모든 선수들이 정말 멋지지 않나 싶어요. 뭐 굳이 꼽자면 반데사르를 꼽고 싶네요.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훌륭한 커리어를 이어가는 그는 정말 좋은 선수의 표본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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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웅: 사실 이번 질문도 조금 곤란할 질문일 수도 있겠네요. 사장님은 선수 계약에 관여하시잖아요?

지금까지 수 많은 선수 계약에 관여하셨는데 사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최고의 계약은 누구와의 계약인가요?

길: 이것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글쎄요. 저는 모든 선수들과의 계약이

최고의 계약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안데르손과 나니와 같은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과의 계약은

최고의 계약 중 하나에요. 물론 박지성과의 계약도 그 중 하나고요. 마이클 오언도 그렇게 될거에요.

하지만 특정 선수와의 계약을 꼽기는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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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웅: 그럼 이번 질문은 제가 인터뷰했던 거의 모든 분들께 드렸던 질문이에요.

사장님이 맨유를 위해 일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길: 가장 힘들었던 때요? 음…... 결승에서 패배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희웅: 작년 로마에서 열렸던 결승전처럼요?

길: 네 맞아요. 힘들게 달려왔는데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허무하게 바라보는 선수들을 뒤에서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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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웅: 이번 시즌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맨유가 다시 한 번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바쁜 시간 내서 해주신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길: 천만에요. 제가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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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묻는 질문이나 최고의 계약을 꼽아달라는 질문과 같이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을 드렸는데 사장님께서는 정말 좋은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언제까지나 브라운관 혹은 유리관을 사이에 두고 볼 것만 같았던 트로피를

직접 들어올리고 데이빗 길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황금 사자의 갈기가 제 손가락에 닿았을 때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그 숙제와 함께 저는 다음 소식을 가지고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

아 그리고 알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티비에서 선수들이 가볍게 들어올리는 것을 보면서

트로피가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큰 오산입니다!!

트로피…… 정말 무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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